귀신
2016년 12월 02일부터 2017년 01월 21일까지 tvN 방영 《넷플릭스 시즌 전 16화》
출연 : 공유, 김고은, 이동욱, 유인나, 육성재, 이엘, 조우진 외
귀신
처음 방영할 당시 한 번 유튜브 영상을 보다 드라마가 다시 보고 싶어서 처음부터 다시 한 번, 그리고 이번에 잠깐 개인적 공백기의 시간을 틈타 세 번째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었고 드라마 ‘도깨비’를 정주행 완료했습니다. 이렇게 멋진 역대급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를 다시 만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멜로가 체질] [또 오혜영] [동백꽃 필 무렵] 같은 작품 처음부터 본 소감을 남겼기 때문에 이 드라마도 한 번쯤은 꼭 그 마음을 남겨둬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몇 번 쓰려고 합니다. 김은숙 작가의 작품을 정말 많이 봤고 기억에 남는 좋은 작품들도 많이 있지만 어느덧 20년의 세월을 거치면서 여전히 이런 시대 못지않은 트렌드의 로맨스 드라마를 만들어내는 걸 보면 정말 대단한 필력의 소유자 같아요. 개인적으로 노희경과 함께 가장 신뢰하는 작가가 김은숙이라고 생각합니다.
900년 넘게 살아온 귀신 고려의 무신 김신 장군. 이 캐릭터를 공유가 아닌 다른 배우가 했다면 어떤 느낌일까 생각해보면 이런 멋진 분위기는 공유 외에는 아무도 만들어낼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그냥 그 자체가 귀신이었던 남자 공유. 멜로와 코미디, 액션, SF, 로맨스였던 이 남자가 만들어낸 귀신들은 다들 아시겠지만 방영 당시 20.5%라는 시청률을 기록할 정도로 수많은 ‘술래잡기’로 시청자들을 농락하기에 충분했습니다.
그런 귀신을 소환하는 귀신 아버지로서의 지은탁 역을 맡은 김고은. 빨간 목도리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 그녀의 캐릭터. 김고은의 그 밝은 미소가 정말 좋았어요. 완전히 귀신 아버지로서 만들어내는 케미가 바로 극강이고, 김고은은 정말 본인보다 상대역을 빛내는 재능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게 그녀의 팬으로서 아쉬운 부분이지만 또 그녀만이 가지고 있는 장점일 수 있기에 항상 흐뭇하게 드라마에 집중하게 되었습니다.
매번 아련한 대사를 쏟아내는 두 사람의 케미를 볼 때마다 이렇게 멋지게 어울리는 커플이 있을까 싶기도 하고. 워낙 이미지도 장소도 다 완벽했던 드라마이기 때문에.
사랑의 물리학_김인육
질량의 크기는 부피에 비례하지 않는다.
제비꽃처럼 작은 그 여자가 꽃잎처럼 하늘거리는 그 여자가 지구보다 더 큰 질량으로 나를 끌어당긴다.순간 뉴턴의 사과처럼 무자비하게 그녀에게서 굴러떨어졌다. 쿵쿵 소리를 내며
심장이 하늘에서 땅으로 아찔한 진자운동을 계속했다.첫사랑이었다.
어울릴 것 같지 않았던, 그리고 하나로 뭉쳐야 할 캐릭터가 아닌 것들이 함께하며 만들어내는 시너지. 귀신과 저승사자의 만남은 그래서 더욱 드라마를 참신하게 빛내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것이 귀신이 공유이므로 저승사자가 이동욱이고, 귀신 아버지가 김고은이었기 때문이다.
정반대의 기운을 가진 캐릭터들이 가끔 불평하고 가끔은 삐지기도 하고, 또 가끔은 웃고, 어느새 자신들도 모르게 서로에게 물들어 버리는 모습에 계속 웃음을 띄우며 따뜻하게 바라볼 수 있었죠. 물론 전생의 기억이 없는 저승사자라는 점에서 그의 과거가 하나씩 밝혀질 때마다 그 오랜 세월을 주군을 향한 원망과 미움으로 사랑했던 이들의 모든 이별을 마주한 도깨비의 삶과 맞닿아 있다는 설정에 정말 가슴 아프고 두 사람 모두 행복한 결말로 이어지길 기도한 것 같습니다.
사랑하는 이들의 죽음을 모두 기억하고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게 얼마나 무거운 걸까요? 감옥의 삶, 불로(不老)의 삶 그것이 신이 자신에게 내린 축복이었을까, 아니면 벌이었을까.
그 상황을 우리는 겪어본 적이 없기 때문에 그가 겪은 억울한 슬픔을 다 알 수는 없지만, 당장 사랑하는 가족과의 이별 앞만이라도 무너져 버리는 우리의 모습을 떠올리면 그가 900년 넘게 살아오면서 헤어진 그 수많은 죽음과 이별이 얼마나 괴로웠는지를 느꼈습니다.
아주 독특한 매력의 소유자였던 전생의 김성, 그리고 지금도 김선이지만 써니 역의 유인나. 그동안 유인나라는 배우를 그리 좋아하지 않았는데요. <도깨비>를 보면서 저런 당당하고 예쁘게 얘기할 수 있는 써니라는 사람이 있다면 사랑에 빠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저승사자와의 시대를 초월한 슬픈 사랑이 꼭 한번은 다른 삶을 만나 행복에 젖고 습한 사랑을 하길 응원하고 기도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유덕화의 캐릭터가 가장 예뻤을 때는 할아버지와 헤어진 후 한 줌의 성장을 이루던 모습이었습니다. 워낙 드라마에서 발랄한 트러블메이커 캐릭터였지만 얄밉게 연기하던 육성재의 모습이 계속 흐뭇했지만, 귀신 품에 안겨 할아버지 없는 삶을 걱정하며 울던 모습이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
그리고 이엘. 누구보다 지은탁을 사랑하고 지은탁의 행복을 기원한 사람. 모든 빨간 이미지로 강렬한 등장을 만들어낸 모습은 이엘이라는 배우를 오래 기억하게 만든 원동력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런 삼신 할머니가 어딨어!!!!!
드라마를 만나다 보면 좋은 드라마가 나오면 또 인생드라마는 갱신되는 법입니다. 내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인생드라마라고 하면 응답하라1988’과 ‘도깨비’라고 말하고 싶어요. 의학 드라마 하면 골든타임을 꼽고 싶은데. 과연 로맨스로 <도깨비>를 대결하는 드라마가 나타날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동백꽃 필 무렵도 좋았지만 도깨비에게는 도저히 무리였으니까요.
지금 넷플릭스에서 ‘도깨비’를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관심 있으신 분, 아직 못 보신 분이라면 꼭 한번 봐주세요. 아련하고 애틋하고 사랑스러워서 당신도 술래잡기를 할까봐 걱정이지만 그래도 추천합니다.이미지출처; 네이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