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통(?) 잘 지내고 있습니다. 급성 중이염으로 최근 2주간 이명+두통과 어지럼증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처음 며칠 동안 어지럼증이 심해 (누워 있어도 토할 것 같은) 병원에서 여러 가지 검사를 해봤는데 생전 처음 듣는 메니에르병 증상과 비슷하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중이염으로 인한 염증이 있기 때문에 좀 더 상태를 보고 재검사를 하자고 하셨는데 두 병원에서 ‘중이염은 어지럼증이 이렇게 심해지진 않는다’고 하셔서 그때부터 많이 진정되지 않았습니다. 메니에르병에 대해서 검색하고 네이버 카페에 가입해서 열심히 찾아서 읽는다면 ‘헉!’ 이건 완치도 기대하기 어려운 난치병 아닐까요? 어지럼증으로 일상이 힘든 분들의 이야기가 생각보다 너무 많았어요. 오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둔 분들, 지하철이나 버스 타는 것 같은 평범한 일조차 힘든 분들, 강한 진통제와 스테로이드 주사를 맞고 사시는 분들, 괜찮아지면 재발하고 좀 스트레스를 받거나 음식 조절이 안 되면 재발하고. (´;ω;`)
눈녹음^^;;
모든 병이 힘들겠지만, 이름도 낯선 이런 병에서 이처럼 고통 받은 사람들이 있는 것을 알면 갑자기 마음이 한없이 숙연해졌습니다. 그래서 또 여러가지 생각했었지만 건강에 대해서는 여전히 자만한 거라고 자책하고. 이대로 현기증이 영원히 계속된다고 아이들에게도 남편에게도 부담이 되는 거 아니냐는 참견부터 이로부터 강연이나 책을 쓰는 것은커녕 집 청소도 힘들다고 생각하는데 앞으로는 어떻게 시간을 보내니?등등 혼자서 여러가지를 생각하면서 며칠 지냈네요.그런데 나의 우울감은 어떤 것 앞에서도 최장 48시간인지 ww 놀랍게도 “아무래도 괜찮아”라는 마음이 다가왔습니다. 너무 평화롭고 놀라울 정도 온화한 마음이었습니다. 이것은 무슨 자신?^^;세계가 난치병이라고 해도 저는 결국 완치한다는 믿음이 있었고,” 일할 수 없니? 사람을 만날 수 없어? 책도 안 쓰니?그럼 누워서 몇년간 넷플릭스라도 보면서 살아도 좋아. 밀린 책도 아주 술술 정도로 읽어 버린다. 남편에게 가급적 고집을 부리고 지내면 되잖아”는 웃지 못할 결론을 내렸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귀은 꽉 짜인 항생제를 먹고 3일 1회 병원에 다니고 있는데, 일단 뭐였더라… 그렇긴. 메니에르인지 뭔지는 아니라고 판명하고 스킨 스쿠버 때 깊은 바다 속의 압력으로 귀가 터질 듯한 불쾌감에도 적응합니다. 역시 사람은 뭐든지 적응하는 동물이고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결국 좋다는 것을 나는 이미 알고 있으니까요. 의외로 이 연말, 아주 큰 교훈을 얻었습니다. 인생은 하루 아침에 순식간에 배경을 바꿀 수도 있다는 사실. 머리가 나타났으나 다시 생생하게 온몸과 마음으로 깨닫게 되었습니다. 오늘 오전에 강연에 가서 내일 오후에 영원히 고통 받는 난치병의 진단을 받는 것도 있는 것이 인생이라면, 나는 어떤 마음으로 매일을 살아가야 하는가? 더 겸허하게 되고, 더 사랑하고 더 성실하게 저를 돌보고, 더 베풀어 더 여유를 갖고 천천히 걸어서, 더 아이와 웃는 시간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이 연말, 저는 정말 뜨거운 되었습니다. 인생이 생생하게 숨쉬는 삶의 그대로의 생명력을 가진 엄청난 선물이라는 느낌에 휩싸였고, 2023년을 정말 정말 뜨거운 살고 싶어졌습니다. 나에게 일어나는 모든 것은 선물입니다.포장지는 제각각이라서 열어 보기 전에는 확신할 수 없지만 불행한 포장지로 너무 아파서 짜증 나고 화가 난 포장지에서도 모두 저 때문에 마련된 선물입니다. 그래서 지금 어떤 예기한 일에 부딪힌다 하더라도 섣불리 나의 인생을 저주하지 않고 아주 천천히 숨을 고르고 그 속을 들여다보세요. 내가 정말로 깨닫고 배우고 알아야 할 것이 그 안에 포함되어 있나요.모두 따뜻하고 건강한 2022년을 보내세요. :)@알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