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상선암수술 #갑상선수 수술후기
새해 선물처럼 발견한 갑상샘암, 여유 있게 3월에 수술 일정을 잡았지만 금세 두 달이 흘러 벌써 이렇게 수술 후기를 써본다. 수술이 끝난지도 벌써 몇 주가 지났다. 그래도 한숨 돌릴게. 난 살았다 야호
▲수술 전날 다시 등산할까=세브란스병원 갑상샘암 수술 후 #이비인후과 #갑상샘암
- 회사 건강검진 중 결절발견 2. 동네이비인후과(약수역 보아스이비인후과) 초음파진료로 결절 재확인 및 인터럽트 검사 진행 확인 3. 갑상선전문병원(서현역 위드심의원)에서 인터럽트 검사(조직검사)에 악성 여부 확인 4. 악성 확인 후 주변 전이 확인 5. 대학병원 외래 진료 후 수술일 결정
- 갑상선암 수술까지의 과정은 이 정도였으나 갑상선암 특성상 표에 나타나지 않고 증상이 없기 때문에 대부분 나와 같은 경로로 발견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초기 결절 단계까지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우선 악성일 확률 자체가 15% 정도로 낮다는 건데 암이라는 게 생소했고. 츤 검사를 할지 말지 무척 고민했지만 서현역 위드심의원 조우진 원장님도 암일 확률은 적으니 꼭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씀하셨다. 그래도 서현이까지 간 김에 검사를 했는데 맙소사. 심지어 임파선 내 전이까지 있었다. 왼쪽 임파선 쪽으로 많이 퍼져있었다고. 찾기 힘든 곳에 있었다지만 다행히 조우진 원장이 발견해 줬다. (나중에 들은 얘기지만 한국에서 갑상샘암 검사/진단으로서는 최고라고) 조금만 늦었더라면 다른 장기나 뼈에도 전이됐을 것 같아 수명을 10년 단축했다. 임파선 전이는 그래도 흔한 편이라고 한다.
- 막상 진단을 받아보니 내 주위에도 너무 많은 갑상선암 환자가 있더군. 친구, 엄마, 회사 동료, 친구 친구 친구 등등
수술 전에 준비한 준비물. 실제로 유용하게 잘 사용되었다.
이 과정에서 큰 도움을 준 네이버의 갑상선 황우카페. 10만 명 이상의 회원이 있는 카페로 정보 공유도 활발해 수술에 필요한 준비물과 수술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는 데 큰 도움을 주고 있다.
https://cafe.naver.com/thyroidcancers ◆ 갑상선포럼-갑상선암, 항진증, 저하증, 갑상선기능저하증, 갑상선결절, 그레이브스병 카페cafe. naver.com 신촌세브란스병원 본관입원
신촌세브란스병원은 이비인후과 선생님의 추천으로 방문했는데 결론적으로 만족했다. 갑상샘암의 특성상 손발이 튼튼해 입원 기간 기동성이 나름대로 보장되지만 도보로 멀리 돌아가는 곳이 많아 지루할 틈이 없다. 본관에 입원해 있었는데 산책코스는 확실히 본관보다 암병원이 좋았다. 그래서 내내 암병원까지 산책을 한다. 덕분에 간호사 선생님들의 눈총을 받기도 했다.
3층 통로를 통해 본관←→암병동으로의 이동이 비교적 자유로운 편. 병원답게 평지+슬로프 형태로 이뤄져 휠체어나 카트를 끌어도 쉽게 이동할 수 있었다. 보호자가 있으면 더 편하고 없어도 이동은 가능… 그리고 바위병동에만 있는 잠바주스가 너무 맛있어서 어쩔 수 없이 매일 방문했던…
<바위병동 6층 하늘정원>
병치레가 심한 몸으로 무럭무럭 산보를 한다. 그래도 경치가 정말 좋았다면 갑상선암 전절제 수술
수술 직전과 직후 수술시간은 3~4시간 정도로 안내됐다. 2시가 끝나자 보라색을 입은 이동요원(?)이 와 이동용 침대에 누워 5층까지 편안하게 이동했다. 수술을 하는구나.설레기도 하고 긴장도 되고아무튼 만감이 교차하는 순간
보호자는 동행할 수 없기 때문에 어머니와는 병실에서 인사를 했다. 수술실에서 마취선생님과 인사를 나누고 잘부탁드립니다. 라는 마지막 말을 끝으로 기억이 없다. 주사 바늘로 사각사각 마취제가 들어오는 기분이 참 묘하다.
2시 수술에 들어갔을 때 저녁 먹기 전에 나올 줄 알았는데 깨어나 보니 오전 1시. 수술시간만 10시간 정도 걸렸다. 처음부터 3시간 정도인 줄 알았던 학부모(어머니)는 완전히 패닉 상태에 빠졌다고 했다. 집에서 기다리던 가족들도 함께 발버둥쳤다고 한다.
임파선 측의 암세포와 장기의 유착이 심해 수술에 시간이 걸렸다고 교수들은 밝혔다. 수술 시간이 너무 길어서 엉덩이에 가벼운 욕창이 생기고 발바닥도 멍이 든 것처럼 몹시 아팠다.
10시간 넘게 마취가스를 마셨기 때문에 폐가 손상되지 않으려면 2시간 동안 자지 말고 숨쉬며 돌아다니라고 했는데 이게 정말 힘들었다. 잠은 밀려와 온몸이 맞은 것처럼 아픈데 누울 수도 없고 서 있지도 못하고. 이러다 죽는 것 아닌가 싶었다.
그러다가 자면 죽는 줄 알고 엄마한테 계속 때리라고 했는데 정말 졸고 있다고 엄마가 옆에서 찰싹찰싹. 덕분에 살았다.신촌 세브란스 본관 입원 생활
갑상샘암으로 약 7박 8일간의 병동 생활
내가 입원했던 13층. “경치 좋다”=3월 5일 수술 후 3월 11일까지 약 일주일간 세브란스병원 본관 13층에서 생활했다. 갑상샘암 수술은 비교적 거동이 편리하다. 다리는 괜찮으니까 첫날은 복도 산책을 열심히 했고 이후 여기 저기 붉어지면서 잘 지나간다.
상주 간호사 선생님들은 4~5명 정도로, 수시로 약 확인, 혈액 검사 등을 해주셨는데, 대체로 친절하고 전문가입니다. 역시 대기업 bbb 밤샘 일하고 있는데 너무 피곤하신가 보다
2인실 첫 이틀은 5인실, 나중에는 2인실로 옮겼는데 개인적으로는 2인실이 훨씬 편했다. 먼저 5인실은 틈바구니에 끼어 있어 양쪽으로 소음이 컸고 좁은 공간에 사람이 많아 여러모로 불편했다.
더블룸은 비교적 부담이 적어 일단 풍경이 좋았다. 창가라면 5인실도 괜찮았을까?
비용은 50% 실비로 실제 부담액은 약 9만원 정도. 6일 정도 쓰자 적지 않은 비용이 발생했지만 그래도 다시 선택하라고 하면 2인실이었던 것 같다.
병실이라는 곳이 기본적으로 답답하고 불편하지만 다른 환자, 보호자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신경이 쓰이기 시작하면 더 힘들지 않았나 싶다.
갑상선 전 절제를 했기 때문에 몸에서 칼슘을 만들어 내는 부갑상선이 없어진 상황. 끼니마다 칼슘 약과 주사를 맞았고 식사는 무조건 고칼슘식으로 했다.
주로 생선이 주를 이뤘고 고칼슘 우유도 끼니마다 먹었다. 건강한 맛이었지만 또 먹고 싶지 않아. 학부모의 식사는 주로 반찬 한두 가지가 추가되며 가격은 10,500원. 대부분의 학부모가 3층 푸드코트를 이용하는 것 같다.
그리고 퇴원. 너무 많은 임파선을 제거했고 신경 다발도 같이 삐져나와 수술한 지 20일째 되는 오늘도 많이 아프지만 그래도 수술 당일이나 그 다음날을 생각하면 이젠 정말 살아난 것 같다. 시간이 정말 빠르다. 처음 진단받은 것도, 입원을 준비했던 것도, 수술 직전의 기분도 생생했는데 지금은 만신창이가 되어버렸으니.
큰 수술을 받으면 아프다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이전과는 다른 강도로 느끼게 된다. 그래서 무섭기도 해 다시는 수술실에 들어가지 않기를 바란다.
때마침 겨울이 지나고 봄이 찾아왔다. 2020-2021년 겨울, 정말이지 지독하게 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