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_심채경

천문학자들은 별을 볼 수 없는 심채경

휴가 중 F1963에 가서 예스24 중고서점에 들러 책을 몇 권 사왔다. 블로그 이웃의 글을 통해 접한 ‘천문학자는 별을 안 본다’ 책을 구입해 읽었는데 오랜만에 키득키득 웃으며 책을 읽어간 것 같다. 사실 제목에 ‘천문학자’가 들어가 있어서 재미없어 보였다. 뼛속부터 완벽하게 문과인 나는 수학뿐 아니라 과학(물리뿐 아니라 지구과학 생물 화학까지)도 너무 좋아하지 않아 이 책을 읽을까 말까 고민했다.

그런데 리뷰를 읽어보니 딱딱한 그런 종류의 책이 아니었고 더 재미있는 것까지 하다니 한번 읽어볼까 해서 구입했는데 역시 리뷰가 풍부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했다. 천문학에 대한 설명이 곳곳에 있지만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는 천문학에 대한 지식을 알리기 위해 쓴 책이 아니라 비정규직 ‘행성과학자’로서의 애환과 우주에 대한 사랑 이야기였다.

교양 과목을 강의하면서 학생들에게 대학이 무엇인지, 학문 글쓰기는 어떻게 이뤄지는지를 먼저 가르쳤다는 저자의 글에서는 인생의 선배로서 후배들을 아끼는 마음이 여실히 드러나기도 했다. 사실 저자 심채경의 사진과 과학자라는 제목만 보고 아직 결혼 안 한 것 같다, 아니면 결혼해도 아이는 없지?라는 고정관념을 가졌다. 남성이 주류인 과학계에서 여성이 제대로 버티려면 결혼을 하지 않거나 아이가 없어야 할 것 같았다. 하지만 그건 내 착각이었어. 저자는 아이가 둘이나 있었다.

심채경 씨 같은 과학자들이 정말 많았으면 좋겠다. 남성이 주류 영역에 여성이 정착할 수 있는 세상,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고 키워도 포기하지 않고 본인의 일을 계속할 수 있는 세상, 그런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심채경 씨 응원한다!

천문학자들은 별을 보지 않는 책 속의 구절* 그런 사람들을 좋아했다. 외출에서 보면 저게 도대체 뭘까 하는 것에 즐겁게 몰두하는 사람들, 남에게 해를 끼치거나 정치적 다툼을 만들어내지 않는 대단한 명예나 부가 따라오는 것도 아닙니다, TV나 휴대전화처럼 보편적인 삶을 바꾸는 영향력을 갖는 것도 아닌 그런 것에 열정을 바치는 사람들. 신호가 도달하는 데 수백 년이 걸리는 곳에 한없이 전파를 흘리며 온 우주에 과연 ‘우리뿐인가’를 깊이 생각하는 무해한 사람들. 나는 그런 사람들을 동경해. 그리고 그들이 동경하는 하늘을, 자연을, 우주를 함께 동경한다.

  • 그만두기에는 아까울 때가 가장 아까울 때인지 늘 궁금하고 남은 경제력과 남은 정신력을 자꾸 저울질해보는 시기.
  • * 이런 강의가 있다는 것을 접한 순간부터 강의를 듣기로 결정했고 100% 출석은 아니지만 수업을 듣고 과제도 하는 동안 천문학뿐만 아니라 과학 전반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고, 혹시 있었을지도 모르는 막연한 거부감 등도 조금 줄었다면 나중에 결혼해서 아이들을 데리고 과학관이나 천문대, 천체투영관을 구경하러 가볼까 생각하게 된다면 그게 제가 비전공자에게 천문학 강의를 하는 가장 큰 목표고 보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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