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학적인 돈을 번 후의 삶은 어떻게 될까.

2010년대 중반의 일이다.작전세력에 걸려 건실했던 회사가 문을 닫은 뒤 영업력이 뛰어난 핵심인력 7~8명이 동종업계 회사로 이직한 적이 있었다.당시 우리를 이끌던 리더가 있었는데 이직하기 열흘 전 단합대회를 겸한 워크숍을 제안했다.리더의 제안에 우리는 만장일치로 동의했고 그렇게 5박 6일 일정으로 용평스키장에 가게 됐다.

나는 스키를 잘 못 타지만 스키장은 좋아했어.하얀 눈 위에 있다기보다는 행복해 보이는 사람들 사이에 섞여 있는 그 환경과 분위기가 좋았다.리더가 이직하는 회사 대표로부터 상당한 지원금을 받아 워크샵 기간 동안 풍성한 생활을 즐길 수 있었다.매끼 고급 요리를 먹고 낮에는 마음껏 스키를 타고 밤에는 비싼 술과 안주를 즐겼다.그렇게 닷새째 되던 날 우리에겐 첫날 느꼈던 환희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짧은 기간이었지만 환희가 일상이 되자 그것은 더 이상 욕망의 대상이 아니었다.

나도 마찬가지였어.고급 음식이 지겨워지자 아내가 해준 김치찌개가 그리워졌고 밤새 우는 소리를 하며 고생하던 아기가 너무 보고 싶었다.처음 도착했을 때 온몸을 설레게 했던 이곳이 더 이상 내가 있어야 할 곳이 아니라 낯선 곳으로 느껴졌다.집에 가고 싶었다.하루빨리.

어제 우연히 예전에 근무회사 대표의 근황에 관한 기사를 봤어.그는 화장품 유통 생태계를 바꾼 신화적인 인물로 내가 퇴사한 몇 년 후 천문학적인 금액에 회사를 매각했다.그런 그가 화장품 업계로 복귀한다는 기사였다.한때 그를 부러워한 적이 있었다.그는 나에게 없는 것을 가지고 있었다.막대한 돈과 명예, 사람들의 칭찬~~을 부러워한 것은 아니다.내가 부러워한 건 그가 앞으로 누리게 될 ‘선택의 자유와 시간’이었다.보기 싫은 사람을 보지 않아도 되는 자유, 하기 싫은 일을 하지 않아도 되는 자유, 하고 싶은 일에 마음껏 사용할 수 있는 시간.

그의 선택에 잠시 의문을 품었다.CEO였을 당시 나에게 비친 그의 모습은 별로 행복해 보이지 않았다.비즈니스맨의 일상은 즐겁지도 행복하지도 않다.실패하면 실패하는 것처럼, 성공하면 성공하는 것처럼 고통스러운 삶이다.실패는 말할 것도 없고 성공한 순간부터 주위에 적과 배신자가 넘쳐난다.이건희 회장을 비롯한 성공한 CEO 가운데 장수한 인물이 적은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자신의 잘못된 결정 하나가 회사에 치명상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선택 하나에도 고통이 따르고 하루하루 살얼음판을 걷는 듯한 불안감을 안고 산다.(현재 국가 경제를 좌우하는 재벌 3세는 이와 무관하다.’상관없다’를 어떤 의미로 썼는지는 각자의 판단에 맡긴다.)

그래서 평생 쓰고도 못 쓰고 죽을 돈을 받고 회사를 매각한다는 기사를 접했을 때 대표가 남은 인생을 평온하게 즐기며 살 거라고 생각했다.그렇게 기억에서 잊혀져갈 무렵 대표의 업계 복귀 기사를 보며 그의 선택에 물음표를 갖게 됐다.이와 관련한 깊은 사색을 하게 된 것은 바쁜 직장생활을 마치고 퇴근하는 지하철 안에서였다.사색이 깊어지자 갑자기 그와 유사한 행위(회사 매각)를 한 전 대표의 공통분모가 형성됐다.공통분모는 무엇일까.그들은 모두 약간의 여유를 즐긴 후 다시 사업에 복귀했다.마치 짠 것처럼 다들.

Ⅲ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이름은 기억나지 않지만 해외의 한 기업가가 천문학적인 금액에 회사를 매각한 뒤 가족과 해외여행을 하며 살고 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너도 마찬가지겠지만 나도 정말 부러워할 만한 인생이다.그러나 그보다 많은 경우에 있어서는 위와 같은 상황이 일어난다.이들은 수천억이 넘는 천문학적인 돈을 받고 회사를 매각했는데 왜 다시 어려운 비즈니스맨의 길로 돌아올까.너는 그 이유가 뭐라고 생각해?답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예전에 팀 페리스가 쓴 책에서 그가 겪은 후유증을 통해 유추는 가능할 것 같다.

유전적 우울증으로 인한 여러 번의 자살 위험을 극복하고 성공적인 동기부여가로 자리잡은 그는 막대한 돈을 번 후의 심경 변화를 책을 통해 솔직하게 고백했다.그가 쓴 심경을 아래와 같이 요약해 본다.

상상 속에만 존재했던 돈을 벌었다.나는 이제 부자다.남들이 부러워하는 큰 집과 차를 가지고 돈에 구애받지 않고 세계 곳곳을 여행할 수 있다.어떤 압박 없이 늦잠을 실컷 잘 수 있다.오늘 아침도 늦잠을 잤다.편안한 침대에서 일어나 크게 펴고 일어났다.고급 커피머신으로 향기로운 커피를 내린 뒤 커피잔을 들고 넓은 거실로 나와 음악을 틀었다.평소 꿈꾸던 삶이었다.그런데 왜 그럴까?왜 그럴까?행복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 이러면 안 되는데… 뭐가 잘못된 걸까?

틀리지 않는다. 목표를 달성하고 그것이 일상이 되는 순간 욕망이 사라질 뿐이다.욕망이 사라지면 당황하고 우울증으로 진화하기도 한다.언젠가 유튜브 채널 ‘장사의 신’ 첫 회에서 운영자의 고백을 본 적이 있다.어린 시절 극심한 빈곤을 딛고 일어나 치킨 가맹사업을 성공시킨 뒤 수 백억원의 차익을 남기고 회사를 매각했지만 행복할 줄 알았던 삶에 허무감이 찾아오면서 극심한 우울증에 시달렸다고 한다.

자, 결론을 내보자.

◦ 오해는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돈은 중요해 많이 벌수록 좋은거같아.작가를 꿈꾸지만 앞에 가난하다는 수식어는 원하지 않는다.내가 도전하려는 작가는 포괄적 개념이다.그 범위 내에 글을 쓰는 모든 행위를 포함하고 있다.20년 넘게 비즈니스 관련 일을 해왔기 때문에 수익을 올리는 행위는 익숙하다.다만 이 글을 통해 본질적으로 공유하려는 내용은 ‘돈=삶의 목표’는 위험하다는 것이다.

위험하다는 것이 물질만능주의에 대한 비판의식을 담고 있는 것은 아니다.그런 의미에서 말한 것은 아니다.돈이 인생의 목표가 되는 순간 그것을 어느 정도 이뤄냈을 때 찾아오는 권태감과 허무감을 견디기 어렵다.지난해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KT 이강철 감독은 언론을 통해 이런 말을 전했다.한국시리즈 우승만을 목표로 달려왔지만 막상 우승을 차지하니 이런 기분이 들었다.”이게 뭐야. 내가 이걸 하느라 그동안 이렇게 고생했어?” “예상치 못했던 순간에 닥친 허무감이 짙어지면 곧 우울증에 빠진다.2년 전 온라인에서 신발을 판매하며 성공 신화를 이룬 더포스 창업주 토니 셰이가 별세했다.그는 2009년 더포스를 12억달러에 아마존에 매각한 뒤 금방석에 앉은 상태였다.그의 사망 원인은 화재 사고였지만 실질적인 원인은 마약 중독이었다.목표 달성 후 찾아온 허무감이 그를 죽음으로 이끈 것이다.

목표 달성 후 찾아오는 허무감 위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꼭 돈이 아닌 경우도 마찬가지다.하지만 우리 대부분은 부자가 되는 것을 꿈꾸지 않아?부자가 되는 것도 어렵지만 된 뒤의 삶도 쉽지 않다.돈이 더 이상 욕망의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더욱 자극적인 쾌락을 찾아 떠나게 된다.그것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면 마약 중독자가 되는 것이고, 그래도 긍정적인 방향으로 가면 다시 사업을 시작하는 것이다.어떻게 보면 사업도 일종의 마약이다.

용평스키장에서 보낸 5박 6일 동안 조금이나마 풍성한 생활을 경험했다.그 짧은 일정에도 욕망의 자극성이 줄어드는 것을 경험했다.유튜브를 통해 수백억을 벌어들인 신사임당 주언규씨가 다시 일하겠다고 선언한 것도 위 논리와 일맥상통할 것으로 보인다.반복하지만 돈은 중요하고 많이 벌수록 좋아요.다만 목표가 아닌 부수적인 결과로 만들어내야 한다.나에게 의미가 있고 좋아하는 것을 통해 돈이 부수적으로 따라오도록 해야 한다.다시 말해 잘 설계된 삶의 과정에서 돈을 벌 수 있어야 한다.돈 자체가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된다.그렇게 되면 비록 돈을 벌더라도 당신은 결코 행복할 수 없다.어제 전직 회사 대표가 업계에 복귀한다는 기사가 나왔다.그동안 그는 행복하지 않았다는 뜻이고, 다시 행복해지려 한다는 뜻이다.당신은 이런 시행착오를 겪지 않기를 바란다.아~그래도 돈은 많이 벌었으면 좋겠다.

error: Content is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