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특유의 건강염려증이 있다.원래 체력도 좋고 운동도 좋고 집에 가만히 있지 못하니까 아플 때 오는 무기력증, 이렇게 평생 살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크고 그것이 주는 우울감은 다른 우울감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거대하다.
요즘 계속 아파.7월 말 제주도에 다녀왔고 긴장이 풀리자마자 급성 편도선염에 걸려 나흘 동안 몸져누운 뒤 며칠 동안 몇 시간이고 움직이면 식은땀이 나고 힘들었다. 겨우 나아서 괜찮을까 생각했는데 8월 말 수료식이 끝나고 사흘쯤 뒤 또 편도선염이 심해져 고열에 시달리며 침대에 누워있었다. 목요일 밤부터 목이 아프기 시작해 금요일 아침, 서서히 열이 올라 금요일 하루 종일 잤고 토요일도 회복기간을 잡아 하루 종일 잤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신속한 처방과 스테로이드 주사 덕분에 지난 1주일 넘게 다니던 병이 이번에는 사흘 만에 종료됐다. 몸이 훨씬 좋아져 일요일 오전에 서울로 돌아와 밤늦게 과외까지 마쳤다.
어머니의 허락을 받아 항생제는 월요일 오전까지 복용했다. 월요일부터는 본격적으로 밀린 잡무를 마치고 화요일에는 수강신청을 마쳤다. 이제 오빠랑 신나게 놀 날만 남았다며 좋아했는데 왠지 몸이 아팠다. 만지면 그냥 아픈 아픔 두통도 있었고 관절통도 있었다. 얼굴도 붓고 지난 이틀 동안 세 번이나 맞은 스테로이드 주사 때문에 그런 줄 알았어 수요일부터는 목도 아프지 않았고 목요일 아침에는 얼굴의 부기도 많이 가라앉은 상태였다. 근데 그날 저녁 무렵부터 갑자기 목이 너무 아프기 시작했어 급성 편도선염의 전조증상이구나 하는 통증이 엄습하자 서둘러 집으로 돌아가 소염진통제와 해열제를 먹었다. 그리고 침대에서 다시 뒹굴뒹굴럭
그리고 오늘은 새벽에 모기로 일어나 홈키파를 틀고 목이 붓는 것을 느껴 소염진통제와 해열제를 하나 더 먹고 잠을 잤다. 아침에 일어나면 다시 편도선염 증세. 눈을 뜨자마자 카메라로 목을 찍어 확인하고 언제나처럼 노란 고름으로 뒤덮인 조각도 확인. 정말 징그러워 이거. 왜 이렇게 잘 되는지도 모르겠고. 어쨌든 이번에는 부모님께 또 말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빨리 병원에 가고 싶었다.
도대체 원인을 알 수 없어 혈액검사라도 해볼까 하고 보건소로 먼저 갔다. 겨우 도착한 보건소에서는 코로나를 위해 일반 검진은 하지 않는다는 소식을 듣고 그대로 신촌역으로 돌아가 이비인후과로 향했다. 입구에서 열을 쟀더니 37도 아침에 해열제를 먹어서 이 정도니까 오늘은 계속 오를 거라고 생각했어. 진료접수를 하고 생각보다 오래 기다려서 진찰실에 들어갔어.
이곳 페이닥터들이 좋아하던 병원인데 오늘은 원장님께 진찰을 받고 너무 빠르고 귀찮아하는 진찰을 받았다.요즘 코로나 증세 환자가 많아서 환부를 봐야 돼 집에 약은 다 있어서 나는 솔직히 드레싱 받고 싶어서 왔는데 어쩔 수 없이 약 처방만 받았어 요즘편도선염이너무자주생기면걱정이라고해서피곤하면글쎄요~또걱정되고피곤함만원인일까요? 허니 ‘주로 그래요~’ 정말 노답이었어. 역시 페이닥터가 최고야 어쨌든 약은 또 항생제를 주려고 하니까 ‘나 한 달 사이에 세 번째 재발이라 항생제를 먹고 싶지 않아~’ 그래서 ‘그럼 빼줄게~’ 했다. (지금 보니까 나 박테리아성 편도선염 같은데 이건 항생제 치료가 더 권장된다던데 여기서 항생제를 빼면 어떻겠니?).이런 설명도 없이 그냥 그러는 거야. 정말로 싫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보건소에서 소화하지 못한 혈액검사를 다른 병원에 들러 검진했다. 처음 갔던 신촌역 근처 병원은 대기 인원만 9명, 이대로 집 근처 엉망진창 병원으로 왔다 어차피 피검사와 다를 게 없을 것 같으니까 주사 맞으면 또 너무 아파서 울 뻔했어 아픈 게 억울해서
집에 가서 다시 침대에 누워 있는데 항상 회복하려면 잘 먹어야 한다는 오빠 말이 생각나 서브웨이에서 샌드위치를 사다 먹었다. 반 남겨. 약 먹고.또 데굴데굴. 저쪽에 데굴데굴 왓챠 보다가 좀 자고. 열이 오르락내리락하고 땀도 나고.
오후 5시경 해열제를 먹어도 열이 내릴 기미가 없어 바로 항생제를 처방받으러 집 근처 이비인후과를 찾았다. 몸이 좀 피곤하지만 열심히 걸었더니 섭씨 17.7도라는 소리를 여러 번 들었다. -약도 안 준대. -나라에 못하게 했다고 했나. 나오다가 눈물이 나서 질질 끌면서 걸었다. 모자나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더 질질 끌듯이 짰다. 1339로 전화해서 보건소에서 진료를 받고 코로나 검사를 해야 해. 아니, 병명이 확실한데 편도선염이야.
다시 집에 와서 그냥 누워서 저녁 시간, 배도 안 고프고 먹을 것도 없지만 또 잘 먹었다던 누구 말대로 밖에서 돈가스를 사다 먹었다.
그리고 지금 00시 14분 해열제인 소염진통제를 먹은 지 4시간은 된 것 같은데 계속 열이 떨어지는 것 같아 조금 신기하다.몸이여 이겨라.목 아픈 건 둘째치고 열이 안 올랐으면 좋겠다.열이 나는 게 너무 힘들어.
지금까지는 괜찮았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