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검진에서 첫 번째 이상을 느꼈고…사실 ‘암’이라는 단어는 내 인생에서 너무 멀리 느껴졌다. 부모님, 할아버지, 할머니까지 ‘암’을 앓아오신 분은 없었고, 저도 술도 잘 안 마시고 담배도 안 피고 매일 운동하고 식단도 관리하고 영양제도 잘 챙겨먹고 건강관리를 잘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 생각을 갖고 살아온 가운데 오늘도 어김없이 매년 실시하는 직장건강검진의 날이 찾아왔다.사실 평소 건강에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매년 숙제처럼 해온 것으로 아무 생각 없이 건강검진을 받고 있었다.
그런데 갑상선 초음파실에 들어가면서 이상을 감지했다.
“흠, 흠…” 흠, 모양이 너무 안 좋네요.병원에 가보세요.”
원래 갑상선에 결절이 있는 건 알고 있었지만 갑상선 결절 하나쯤은 다 달고 사는 줄 알았다. 정말 3년 전 첫 검진 때부터 쭉 있어서 이번에도 별 생각이 없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항상 갑상선 초음파를 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린 것 같다.매년 검진결과도 검진 및 추적관찰을 요한다고 적혀 있었고.
어쨌든 그때부터 뭔가 심각성과 속어로 ‘x된 것 같다’는 느낌이 강해졌다.
갑상선암 세침 검사

네이버 지식백과 심각성을 느끼고 다음날 갑상선 전문 동네병원을 찾았다.세침 검사에서 정확히 결절이 양성인지, 악성인지 알아보는 검사인데 바늘을 목에 넣어 세포를 채취하는 검사다.
아프지는 않고 그냥 따끔거리는 정도인데, 세침검사 끝나고 제 초음파를 보면서 자세히 설명해주시는데…
암으로 의심되는 결절의 형태가 세 가지다.
첫째, 명칭은 ‘tallerthan wide’, 즉 가로보다 세로가 긴 결절을 뜻하고 둘째는 ‘혹한서 미세석회화’. 셋째는 결절의 모양이 둥글지 않아 불명확한 경계를 그린다는 것.
이 세 가지를 말해주는데 아무것도 모르는 내가 봐도 내 결절의 형태는 저 세 가지 모두 담겨 있었다.
의사는 “일주일 후에 결과가 나오면 다시 내원하세요.”라고 하는데 이때 어느 정도 내가 암에 걸렸다는 느낌이 강해졌다.
때문에 양성인지 악성인지 정확한 결과가 나오기 전 갑상선으로 유명하다는 강남세브란스에 결과도 보기 전 초진을 했다.
갑상선암 진단 확정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를 하고 갑상선암에 대한 정보를 알기 시작했다. 생존율이 얼마나 되는지, 전이는 어떻게 되는지 다른 사람의 수술 리뷰 등 새벽까지 웹서핑을 하면서 알아봤다. 사실 세침검사 결과를 기다릴 때까지가 가장 힘들었던 것 같다.
뭐랄까, 내가 잘못 판단했으면 하는 바람과 그리고 암이라는 단어가 주는 무게?
갑상선암이 예후가 좋아 좋은 암으로 불린다는데 막상 내가 걸려보면 그런 생각을 할 수 없다. 선량한 암이란 없다.
스트레스를 정말 많이 받았지만 일할 때도 지인들을 만날 때도 드러내지 않으려고 엄청 노력했다.
그렇게 일주일이라는 시간을 보내고 전화로 결과를 받았다.
결과가 좋지 않아요. 내원해 주세요.
막상 결과를 듣고 나니 오히려 더 기분이 담담해졌다.

다시 병원을 방문해 암이 확실하다는 진단 결과를 받았다.
다행인 것은 초음파 상전이 여부는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왼쪽에만 있고 오른쪽에는 암세포가 없어 전절제가 아닌 반절제를 할 것 같다는 점.
자세히는 대학병원에서 CT를 찍고 또 정말 미세 전이인지는 수술을 해봐야 안다는데 초음파상으로 전이가 보인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정말 기뻤다.
사실 이때부터는 마음이 오히려 편안해지고 잘 치료받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가장 미안했던 것은 여자친구 그리고 부모님께 너무 미안했다.
다음 주로 다가온 강남세브란스 초진을 기다리며 그저 일상생활을 하려고 한다.블로그도 하고 운동도 하고 출근도 하면서 걱정한다고 달라질 건 없으니까…
앞으로도 블로그에 진행 상황을 기록하려고 한다.지금 감정을 기록하려고 남기고 또 제가 그랬던 것처럼 저 말고 다른 갑상선암에 걸린 환자들이 정보를 얻고 도움이 됐으면 좋으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