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내장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611151745002&code=900303 할머니는 늘 그렇듯 기분 좋아 보이는 아들과 함께 진료실에 들어왔다. 할머니는 녹내장 치료 news.khan.co.kr 할머니는 늘 그렇듯 기분 좋아 보이는 아들과 함께 진료실로 들어왔다. 할머니는 녹내장 치료를 위해 서울의 유명 대학병원에 다녔고 우리 안과에는 가끔 안압을 측정하기 위해 들르셨다.
녹내장은 만성 질환이면서도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안압을 측정해야 하기 때문에 대학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분들도 안압 측정을 위해 개인의원을 함께 다니는 경우가 더러 있다. 수많은 환자로 북적거리는 대학병원에서 녹내장 환자는 6개월에 한 번씩 진료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 유명 대학병원의 교수 한 명은 안압을 기록하는 기록지를 환자에게 건네주고 개인의원에서 한 달에 한 번씩 안압을 기록해 오도록 해 치료에 참고하기도 한다. 그만큼 안압의 변동 상황은 중요하고 환자가 안압약을 제대로 넣었는지 확인하는 과정도 된다.
사실 1년에 두 번 하는 검사로 그간의 안압 추이를 알아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지금도 3시간 대기 3분 진료라는 대학병원에서 환자를 더 장시간 진료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할머니는 안압조절이 안 돼 더 자주 대학병원에 다녔다. 할머니의 오른쪽 눈은 만성 폐쇄각 녹내장으로 말기였다. 폐쇄각 녹내장은 방수가 흐르는 전방각이 좁아 안압이 높아지는 병이지만 백내장 수술을 하면 눈의 공간을 넓힐 수 있다.
실제로 대학병원에 다니는 환자들이 오시면 개인병원 의사들은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다. 대학병원에서 스스로 검사를 잘 해줄 줄 알고 환자에게 이런저런 설명도 할 필요 없이 그저 원하는 것만 하면 되기 때문에 오히려 빨리 진료가 끝난다.
하지만 할머니는 달랐다. 올 때마다 안압이 강하지만 이대로라면 몇 달 뒤 완전히 실명할 것이 분명하다. 필자의 나는, 이제나저제나 큰 병원에서 빨리 백내장 수술을 해 안압을 낮추기를 바랐는데, 어떻게 된 일일까. 일주일 전 대학병원을 다녀왔지만 수술 얘기는 없었고 예약은 석 달 뒤로 잡혀있다는 것이었다.
사실 폐쇄각 녹내장 백내장 수술은 기술적으로 어려울 뿐 아니라 말기 녹내장이어서 수술 자체가 위험하다. 수술 중 일시적인 안압 상승도 견디지 못하고 수술 후 바로 실명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할머니의 경우 안압조절이 안 돼 곧 실명할 것이 자명했기 때문에 위험해도 수술이 불가피했다. 나는 이런 위험한 수술은 대학병원에서 처리했으면 했다.
짧은 시간 동안 많은 생각이 교차했다. 수술하는 게 당연하지만 주치의가 따로 있는데 굳이 내가 나설 필요가 있나. 만약 수술 후 실명하면 아무리 동의서를 받아도 휴지 조각이 될 테고, 보호자와 사돈 팔촌까지 와서 소란을 피우고 병원 앞에서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벌일지도 모르는데….’
수술해야 한다고나 할까. 내가 권하는 것은 수술을 따라다니는 것과 문제가 생겼을 때 하늘과 땅 차이다. 그러나 필자는 이미 수술을 권하고 있다. 아직 그렇게 심한 일을 당하지 않아서 좀 용감한 탓도 있었다. 실명할 수도 있다는 사실은 수술 당일 아들에게만 짧게 설명했다.
수술은 무사히 끝났고 수술 후 경과도 좋았다. 안압은 언제나 낮은 상태로 유지됐고 할머니의 입가에도 비로소 미소가 번졌다. 늘 할머니를 그림자처럼 돌보던 아들은 수술 후 경과가 나아질 줄 몰랐다. 할머니께 여쭤보니 직장 다니시기 바쁘셔서 그렇다고 말씀하셨다. 비로소 안심하고 생업에 종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수술 후 3년이 지난 지금도 할머니의 시력과 안압은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할머니는 다니던 서울의 대학병원에 더 이상 가지 않고 인근 종합병원에 다니고 있다. 아마 의원보다는 녹내장 전문의가 있는 종합병원이 안심할 수 있다는 가족들의 권유가 있었을 것이다.
굳이 필자를 찾아오지 않아도 되지만 한 달에 한 번은 꼭 들러 안압검사를 하고 음료수나 과일을 사오기도 한다. 항상 활짝 웃는 할머니를 보면 마음이 상쾌해진다.
예원안과 대표원장 동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