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금 무거운 얘기가 될 수도 있지만 우리 엄마는 이겨낼 수 있고 우리 가족들도 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기록해 보는 이야기.
어머니는 2019년도 9월 갑상선암 재발, 폐전이 진단을 받고 2022년 3월까지 2년 6개월간 온갖 항암치료를 받았다.증상은 기침이 계속될 때 가슴이 눌리는 듯한 느낌, 호흡곤란, 겨드랑이 통증이었다.
부천성모병원에서 초진을 받았는데 그 병세가 너무 심각해 곧 돌아가셔도 이상하지 않다, 바로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이런 말씀을 하시고 그 병원에서 방사선 치료, 주사 약물 치료, 방사선 요오드 치료, 항암제 복용 등 정말 힘든 치료를 견뎌내셨다.
폐와 심장 부근 주먹보다 컸던 암 덩어리는 석회화됐고(세포 분열을 멈췄다는 얘기) 폐 곳곳에 퍼져 있던 암 덩어리도 크기를 크게 줄여나갔다.
물론 치료과정에서 머리카락이 다 빠졌고 몸무게도 거의 20kg 가까이 빠졌다(지금은 다시 조금씩 살이 쪄 50kg대).
어떤 때는 온화하고 긍정적인 어머니가 우리에게 해주지 않은 푸념으로 부정적인 말을 했고, 어떤 때는 피로와 권태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심해서 누워 있었다
방사선 치료 때는 식도가 너무 좁아 아무것도 먹을 수 없거나 기도로 음식이 옮겨져 메스꺼움이 심하고 식사시간이 두렵기도 했다.내시경 수술을 통해 식도 확장술을 시행한 것은 다행히 식도가 줄어들지 않고 있다
항암제를 먹기 전에 시행한 두 차례의 방사선 요오드 치료 중 두 번째 치료는 효과가 거의 없어 우리는 다시 방향을 바꿔 항암제를 복용하기로 했다.랑비마라는 약인데 갑상선암에 막 적용된 신약이었다
운 좋게도 보험이 적용되어 500만원이 넘는 약을 5만원 정도 먹었다
어머니는 고혈압이나 당뇨병처럼 죽을 때까지 약을 먹어야 한다고 해서 절망한 약을 먹으면 식욕이 뚝 떨어지고 머리카락도 계속 빠지고 뱃멀미하듯 메스꺼움과 피로감도 심해서 약 먹는 게 악몽 같다고 하셨다.
그러나 약효가 잘 들어 암이 더 이상 커지지 않고 계속 줄어들었기 때문에 최소 용량이라도 참고 먹었다
람비마를 1년쯤 복용했거나 온 가족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걸려 의사 말로 3주간 항암제를 복용하지 않았다.
정말 재미있는 게 항암세포만 죽이는 게 아니라 정상세포도 죽이기 때문에 그 부작용이 정말 심하다.그래서 엄마는 그 약을 먹지 않고 얼마나 건강해졌는지 아프기 전처럼 건강해졌다
코로나가 완치되어 3개월마다 찍는 CT, 혈액검사 결과를 들으러 병원에 간 날

실제로 평소처럼 암이 크지 않고 상태가 괜찮다며 항암제 또한 복용하라고 진단해주는 줄 알았다.그래서 평소와 같은 마음으로 간 병원.
코로나19와는 별개로 현재 어머니께서 이 항암제 랑비마에 내성이 생겨 암이 다시 커지고 있다고 하셨다.심장과 폐, 주요 혈관이 모여 있는 곳으로 전이된 암이 다시 분열을 시작하면서 커지고 있어 심장을 압박하거나 혈관을 막아 위험한 상황이 올 수 있다고 하셨다.
또 주사약 치료나 다른 약 복용을 시작하거나 호스피스 병동을 다니면서 병 증상만 완화하고 편하게 돌아갈 준비를 하고.이 두가지 선택지를 주셨다
하지만 다시 항암치료를 하기에는 어머니의 혈액 수치가 좋지 않은 편이라 치료 중 돌아가실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추천은 드리고 싶지 않다고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시한부 판정이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은 진료 결과였다
진료를 받으면서 나도, 엄마도 너무 급해서 깜짝 놀랐고, 진료소를 나오자마자 참았던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그동안 고생만 하고 살아온 엄마인데 아직 너무 어린데 왜 우리 엄마 목숨을 빼앗으려 하지?그저 모든 것이 원망스럽고 한없이 슬펐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어머니는 울고 있는 나를 위로해 주셨다.
엄마 이겨볼게.치료 방법이 없어도 엄마가 암세포가 자라지 않도록 더 건강해져 우리 딸들을 오래도록 함께할 거야.
그날 집에 돌아와 아버지, 누나들에게 소식을 전했다.하루 종일 울어서 머리가 아플 정도였던 대략 10년치 분량을 이날인 것 같다.
이를 닦고 밥을 먹고 세수를 하고 공부하다 보니 눈물이 계속 흘렀다.어머니의 마지막이 올까봐 두려웠다.
그날의 나…계속 울어서 하루종일 코가 났어
하지만,
긍정을 제외하면 시체인 나의 가족.우리는 또 다른 출발선에 섰으니 손해봐야 마땅하니 다 같이 노력해 보려고 그저 무거운 생각은 접어두고 다시 큰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기로 했다 그래도 차도가 없다면 지금 엄마의 건강을 향상시키면서 자연치료를 목표로 하기로 했다.
어머니는 남은 인생을 그 지긋지긋한 치료로 다시는 고통스럽게 만들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자연 치료를 하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다

긍정파워가득하고 슬픔에서 바로 벗어난 가족들

곧 일상으로 복귀해서 저는 다음날 축구도 보러가고 엄마랑 걷기운동도 하고


이틀 뒤엔 가족들이 모두 모여서 의사에게 다시 결과를 물어보러 가고 의사 선생님도 중간에 울컥했는데 정말 가슴이 뜨거워지고 고마웠다.저희 이길게요. 의사 선생님(울음)


다같이 병원에 간 날 신촌세브란스에 가기 위해 필요한 서류와 자료를 모두 받아 왔다.
알바하고 공부하고 토익보고 언니 직장가서 알바하고 내 알바하고
시간이 지나고
예약 당일 11시에 예약해둔 신촌 세브란스로 향했다.
가져간 자료는 진료의뢰서 복용 중 약 처방전 의무기록 복사 영상자료 CD 세포조직검사 슬라이드 유전자검사 결과지(있으면 지참)
지나가던 훌륭한 병원에 직접 가다니 이상했다
임성민 교수님께 진료를 받으러 왔다.
우리는 병원을 처음 옮겨서 아무것도 모르기 때문에 세브란스에 전화로 서류를 가져오는 것을 듣거나 인터넷 검색을 했다
그런데 이날 갔더니 접수처에서 왜 이렇게 늦게 왔냐는 거야..(? 우리는 평소처럼 시간을 딱 맞춰서 갔는데 처음 오면 영상자료를 등록해야 해서 30분은 일찍 와야 해요.~~~~라고 말씀하셨다.
전화했을 때 아무것도 전달이 안 돼서 그걸 예약 때 미리 말해줬으면… 정말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도 했던 우리도 정신이 없어서 물어볼 생각을 못했으니까 그것도 틀렸어.
어쨌든 가자마자 뛰쳐나가면서 영상자료를 등록하고 늦게 진료실에 들어갔다.우리가 마지막 예약환자였는데 진료시간이 많이 늦어져서 미안했어(´;ω; ))
진료를 받고 유전자 검사를 받았고 그 결과를 보고 치료 방법을 찾아보자고 하셨다.
우리는 유전자 슬라이드를 염색받은 것으로 2장밖에 없는데 비염색 30장이 병리 결과지를 받으라고 했다.인터넷에 검색해보니 유전자 검사는 약 80만원 정도인 것 같았다.
다음 진료 때 혈액 수치를 보려고 혈액도 빼고
흉부 엑스레이도 찍고 온 이곳은 진료 일정을 상의해서 정하지 않고 잡아주셨어.저희가 늦어서 그런가봐 아무튼
세브란스 병원을 돌아다니는 순환 버스?타봐
본관에서 작은 전시도 하고 있어서 보고 왔다
갤러리 주인처럼 나온 어머니
암병원 지하로 가서 비빔밥을 먹고
어머니는 순두부 백탕을 드셨다
흰쌀은 안 먹기로 해서 거의 안 먹던 순두부 흰물만 드셨다.
치료법이 없다는 소식을 들은 이후, 우리는 다시 느슨해진 생활 방식을 취하고 있다
엄마는 아침저녁으로 하루 두 번 나가서 한시간씩 걸어오는 식사도 살코기는 한 달에 한 번 두 번으로 정해놓고 저염식, 자연식으로 먹는 빵을 좋아하던 엄마는 유기농 현미 누룽지를 간식으로 먹고 튀기거나 구이는 일절 먹지 않고 삶아서 삶은 야채를 주로 먹고 있는 것 외에도 잡곡밥, 고구마, 감자, 과일 등을 먹고 좋지 않은 음식은 그냥 엄마 인생에서 최고야~!
야채찜을 잘 만들어 먹지만 엄마는 행복하게 먹고 있어!
무첨가 음식에 GMO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포두부도 사둔 얇게 썰면 밀가루 면 대신 먹을 수 있으면 요리해야지!
간장도 첨가물이 안 들어간 아미노간장만 진짜 조금씩 먹어.백설탕도 일절 섭취하지 않고 항산화 효과가 좋다는 강황가루도 시켜 물에 타 먹고 항암 환자에게 중요하다는 유산균과 종합비타민도 언니가 사 먹고 있다.
반드시 하루 세 끼, 소식은 11시에 자고 78시에는 일어나는 것도 실천 중이다.
그 끔찍한 암들도 모두 탈출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의사는 그렇게 말했다.그러다 나으면 의사가 왜 있고 병원이 있냐고 하는데 늘 불행 속에서 희망을 찾기 힘든 세상에서 우리 인간이 살아갈 수 있는 가장 현명한 방법 아닌가.성공하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고, 설령 실패하더라도 우리는 그 노력을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병원에 가서 콧김을 듣고 싶어서 선유도 공원에 놀러갔다.
요즘 우리는 매일 엄마에게 완치 소감을 묻는 인터뷰를 하고 있다.완치된 상황을 가정한 인터뷰지만 일종의 자기암시라고 할 수 있다.
눈이 마주치면 히죽히죽 웃으며 앞으로 어떤 미래가 우리에게 올지 모르지만 현재로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
사실 뉴스를 처음 들었을 때는 정말 세상이 무너진다는 게 이런 건가?! 생각했는데
그 소식을 듣고 어머니는 우리가 슬퍼하지 말라고 하셨고, 당신의 인생을 열심히 살라고 하셨다
이틀 정도는 헤어나지 못하고 눈물로 밤을 지새웠지만, 우리 자신의 삶이 행복해야 어머니에게도 그 행복을 전할 수 있었고, 어머니는 어머니 자신 때문에 우리가 멈추는 것을 원치 않았다
그래서 우리는 가능한 한 우리의 삶을 열심히 살면서 엄마가 더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옆에서 돕고 싶다.
누구보다 굳건한 마음으로, 건강한 마음으로 노력하는 엄마 덕분에 불가능한 일도 다 가능할 것 같은 좋은 예감이 든다.
내일 또 신촌세브란스병원에 진료가 있는데 유전자 검사와 치료는 하지 않겠다고 전해올 예정이다(3개월 뒤 정기검사 후 피수치가 정상적으로 가까워 치료가 가능한 수준이 되면 유전자 검사를 해볼 생각이다).지금 상황에서는 아직 시도해 보기도 어려운 수치가 나오고 있기 때문에…)
항암제는 전보다 강하고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약물 치료는 치료 중에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사실 우리는 엄마의 뜻을 가장 먼저 따르고 있는 엄마 자신의 몸이니까.우리는 엄마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고 지금과 같은 결과를 낳았다
비슷한 경험이 있는 분들은 공감하면서 볼 수도 있고 경험이 없는 분들은 음, 어떤지 모르겠어.
후회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지만 어머니가 아프셔서 가장 후회했던 것은 건강검진을 잘 받지 않은 것이었고, 게다가 갑상선암으로 다 절제했는데도 갑상선암 재발에 정말 조심해야 한다는데 어머니와 우리 가족 모두 건강에 안일했던 것이 한심하다.
나이가 많으신 분들은 아니 젊어도 증상이 있으면 꼭 병원에 가서 건강검진도 정기적으로 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세상은 쉽지 않지만 최대한 스트레스도 덜 받고 몸에 좋은 것 위주로 잘 먹고 살았으면 좋겠다.
아픈 분도 아프지 않은 분도 모두 건강하고 행복하게-! 우리 언니가 한 말을 쓰고 싶다.
인간의 목숨은 정말 가냘프고 날아오는 벽돌에, 무너지는 건물에, 달리던 차에 갑자기 사고를 당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나는 내일 당장 사고를 당하거나 어떤 이유로 목숨을 잃을지도 모르는 누구라도 죽음의 문 앞에 위치하고 있다고 생각하니까 우리는 너무 무겁지 않게 생각하고 의연하게 살아가야 한다고!
언니가 이렇게 말해줬지만 가족 모두에게 큰 위로가 된 우리는 후회없이 노력해야 할 뿐..!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