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작년 여름 남편으로부터 만년필을 선물받았습니다.실은 작년 여름에 글을 쓰려고 블로그에 저장해 두었는데…깜빡하고…ㅋㅋㅋㅋ 저장한 글에서 뒤늦게 발견해서요. 반년이 지난 지금부터라도 써두려고 합니다. (사실 쓰려고 저장만 해놓은 글이 100개가 넘는데…!!!!) 시간이 흘러 그날의 기억이 많이 사라진 줄 알았는데, 또 사진을 보니 자꾸만 떠오르네요!
고양 스타필드 라미 매장에서 1컷!
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해 8월 남편이 갑자기 엉뚱한 말을 꺼냈습니다.”너 만년필 사러 가자.” 갑자기??wwwwww 원래 남편은 ‘선물은 언제든지 주고 싶으면 주는 거야’라는 신념을 가지고 있는데 생일이나 기념일에 선물을 주면 ‘그냥 주고 싶어서’ 주는 게 아니라 마치 그날이라서 주는 것 같은 느낌이라서 아무 이유 없이 앞뒤 가리지 않고 선물을 주면 정말 주고 싶을 때 순수한 마음으로 준대. (물론 남편은 이렇게 말하면서 기념일도 축하하는 분!!!) 그 말이 끝나자마자 LAMY 매장에 들러 만년필 한 자루를 샀어요.
언제봐도 설레는 예쁜 라미 종이봉투.
포장도 예쁘게 해왔어요. 흐흐흐흐
깔끔한 무광 검정색을 골랐어요. 남편이 예전에도 종종 만년필 선물을 해주곤 했는데 그때마다 형형색색의 라미 만년필을 고르더라고요.중요한 자리에서 꺼내야 하는 아이는 고급스러운 색감이 좋다고 해서 매트한 검은색을 사봤습니다.매트한 블랙+반짝이 골드로 제 이름도 각인받았어요.젊은 감성의 라미 만년필을 만나고 이렇게 고급스러운 라미컬러는 처음이라 좀 낯설어요.울퉁불퉁 라미 로고도 예뻐요.그동안 남편이 선물해준 라미 제품. 쫀득쫀득한 라미 필통, 매트한 빨간색이 마음에 드는 라미 아이언 볼펜, 노란색이 예쁜 라미 사파리 만년필, 그리고 이번에 선물받은 매트 블랙라미 만년필까지. 만년필을 좋아하는 남편의 최애 브랜드 라미.항상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다른 사람에게 선물하는 것을 좋아하는 남편은 저도 조금씩 라미에 스며들게 하고 있습니다. ㅎㅎㅎ남편이 좋아한다고 추천해준 EF펜 끝.너무 얇은 것도, 너무 두꺼운 것도 불편한 저에게 딱 맞는 펜촉인 것 같아요.파란색, 보라색, 검정색 중 어떤 색이 마음에 드냐고 남편이 가지고 있는 라미 잉크 컬렉션을 보여주면서 펜에 잉크도 직접 넣어주고 나에게 만년필을 선물해줘서 정말 나보다 더 즐거운 남편 ㅋㅋ손글씨는 자신과의 대화와 같다.선물을 주며 늘 손편지를 잊지 않는 섬세하고 꼼꼼한 남편. 남편이 처음 만년필을 사준 것은 세월을 거슬러 2013년에 회사에서 사내 커플로 연애를 할 때부터인 것 같습니다. 물건에 별로 애착이 없는 저와 달리 예쁜 물건에 예쁜 정성이 담겨 있다고 생각하는 남편은 음식점에서 준 판촉물 볼펜 등을 쓰면서도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ㅎㅎㅎ 분주한 저를 보면서 만사를 예쁘게 꾸미는 것이 얼마나 인생을 즐겁게 해주는지 알려주었습니다. 무조건 비싸고 좋은 것이 아니라 내가 좋아하고 직접 고르고 고민과 마음이 담긴 물건을 오랫동안 간직하며 함께 세월을 보내는 것이 얼마나 가치가 있는지.남편이 공부하던 보스턴 노스이스턴 대학에 놀러갔을 때.특히 좋은 만년필에 대한 애착은 남편이 건축을 공부할 때 생겼대요.사람이 생활하는 좋은 집, 예쁜 건물들을 만들 때는 더 좋은 펜으로 정성스럽게 디자인을 할 중요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다루기 힘든 만년필이 최고라는 것입니다.너무 빨리 쓰면 펜 끝이 깨지고, 너무 힘을 주면 잉크가 배어 버리고 오래 사용하지 않으면 잉크가 말라 버리고 손질이 어렵지만 그만큼 신중하게 한 획을 긋는 것이 생기고 자신에게 맞게 길들인 맛(?)이 있다는 만년필이 최고라는 것입니다. 건축가로서의 인생을 그만두고 대한민국 1호의 나무 서프 보드 빌더가 된 남편은 지금도 서핑 보드를 디자인할 때 깨끗한 만년필을 사용합니다. 그만큼 정성과 마음을 담고 보드를 깎는 것입니다!(2019년 남편이 공부한 보스턴 노스이스턴 대학교를 무려 14년 만에 다녀온 후.jpg)- 조금 연재해버린 미국 여행기는 아래 링크에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https://blog.naver.com/hahajin2001/221695236445[19 미국 여행 인트로 7년 전 청춘의 한 장면을 그리며/뉴욕/보스턴 때는 바로 2012년 9월 언젠가. Hoechst역에서 회사가 있는 Niederrad역으로 가기 위해 S-Ban을… blog.naver.com어쨌든 모든 순간과 물건에 애착을 갖고 예쁜 것을 주위에 두고 예쁜 생각을 하려는 마음씨 착한 남편을 만나 그저 적당히 살려고 했던 서울 시골뜨기들은 ㅎㅎ 만년필로 대변되는 예쁘고 사랑스러운 물욕의 세상에 눈을 뜨고 아이템과 다 쓴 것의 경계를 넘어 즐겁게 살고 있다는 소문이….흐흐흐흐만년필을 샀더니 만년필 지우개를 선물로 받았어요.파란 잉크만 지울 수 있대요! 독일 하이델베르크 출신 만년필이 아닐까 싶어 여기저기 독일어. schreiben 글씨 괜히 반갑네요. 흐흐흐흐만년필로 고양이를 그려서 끄고 보았습니다. www 어릴 때는 30대는 하이힐을 신고 정장을 입고 만년필로 두꺼운 계약서(??)에 번쩍거리며 서명한 도시의 여자가 된다는 상상을 했는데, wwwwww정말 30대 아줌마가 되어 보니 4마리의 강아지와 3마리의 고양이로 뒹굴거리며 시골에서 좋은 공기를 피우며 살고 남편과 파도를 타고 서핑하고 근육 손실이 무서워서 매일 운동해서 기분이 내키면 파스텔에서 스케치북에 홈런과 그림을 그리며 정작 만년필과 좋은 글을 쓴 그림 그릴 때 쓰고 있습니다. 보면 지금 내가 어렸을 때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풍성하고 재미 있는 어른으로서 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저 좋은 만년필에서 계약서에 서명만 하다니. 후후 후후, 너무 지루하고 재미 없잖아요? 종종 그림 일기를 쓴 남편의 수첩을 첨부해서 글을 마무리할까 합니다.이날 먹은 음식을 만년필로 아기자기하게 그린 남편. 남편 말처럼 예쁜 만년필로 이것저것 쓰고 그리면서 남들도 아니고 나랑 대화 잘하는 나를 잘 아는 그런 어른이 되길 바라고. 가끔 다투지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남편에게 오늘도 감사하고 긴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좋은 하루 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