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그리고 내일이 지나면 새해가 찾아옵니다. 바쁜 일상 속에서 1월 1일 휴일만을 기다리는 분들이 많으실 것입니다. 금토일 휴무일에 집에서 편안하고 안전하게 볼 수 있는 넷플릭스 한국영화를 추천해드리니 곧 올 연휴에 하나 골라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최대한 많이 못 보셨을 걸로 골라봤는데 여러분이 색다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그리고 그 초이스가 취향에 맞게 재밌게 볼 수 있길 바라겠습니다. 곧 만나볼까요?
① 남산의 부장들 (The Man Standing Next, 2019)





안타깝게 불쌍한 삶을 사는 여자와 그런 그녀를 지켜주고 싶어하는 까다로운 남자, 바닥에서 치열하게 살아가는 두 주인공이 보여줄 진하고 무거운 멜로드라마 <무뢰한>을 다음으로 꼽았습니다. 여러분은 하드보일드가 어떤 건지 아세요? 이는 냉혹하고 비정한 현실을 군더더기 없이 무미건조하고 간결하게 그려내는 것을 말합니다. 그 느낌을 그대로 담은 건조한 감성의 작품이기 때문에 사실 호불호가 정말 크게 갈리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이런 감수성에 잘 맞으면 재밌게 볼 수 있을 거고, 특히 정적인 전도연의 연기와 김남길과의 호흡도 좋았는데요. 극단적으로 호불호가 갈리는 작품이기 때문에 직접 보고 판단하셔도 됩니다.
③ 천문: 하늘에 묻다 (Forbidden Dream, 2018)

작년 이맘때쯤 개봉하여 상쾌한 반응을 모은 <천문: 하늘에 묻다>를 만나보세요. 사실 세종과 장영실의 역사적 진실이나 그들의 관계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다들 알고 있기 때문에 이를 어떻게 영화적으로 잘 해결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 아닐까 하는데요. 저는 둘 사이는 물론 꿈에 대해 집중적으로 다루면서도 계속 따뜻한 시선으로 그들을 바라보는 듯한 연출이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중간에 유머 코드도 있어서 지루하지 않는 게 좋았어요. 중반부터 조금 루즈해졌지만 한석규와 최민식의 열연도 너무 좋았고 좋았던 작품이었다. 기억하겠습니다.
④ 박열 (Anarchist from Colony, 2017)
넷플릭스 내 한국영화 추천작 <박열>은 이준익 감독의 전작이었던 ‘동주’를 너무 좋게 보고 기대감을 가지고 예전에 봤던 영화입니다. 솔직히 일제강점기와 독립운동에 대해 다루는 영상물을 보면 제 개인적으로는 마음이 무겁고 슬프고 분노가 느껴지기도 해서 힘들었는데 이건 그래도 소박한 웃음이 담겨 있거나 뻔뻔함이 자연스럽게 담겨 있어서 그냥 무겁지 않고 보기 좋았던 것 같습니다. 물론 그러면서도 우리가 잘 몰랐던 인물에 대해 알게 돼서 좋았지만요. 자신의 옷을 입은 듯 찰떡같은 생동감을 보여준 배우들 모두 좋았지만 그중에서도 정말 일본인인가 싶었던 최희서의 연기는 너무 돋보였어요!
⑤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 (Will You Be There?, 2016)
프랑스 소설가 기욤 뮤서의 원작 소설을 세계 최초로 영화화한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를 꼽아봤습니다. 사실 저는 원작을 읽지 않은 상태에서 봤기 때문에 스토리 자체도 상당히 흥미롭게 느껴지고 또 인생에 대한 고찰이 가능한 의미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중간에 아쉬운 부분이 많이 없는 건 아니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는 주연 배우 간의 조화도 좋고 포근해서 감성영화로 손색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김윤석, 변요한은 다른 작품을 통해서도 너무 잘하는 분들이라는 걸 알고 있었는데 최서진이라는 분은 여기서 처음 뵈었는데 사랑스러운 캐릭터를 정말 잘 표현한 것 같아요. 영상미도 좋고 음악도 좋아서 좋았어요!
⑥ 미싱 : 사라진 여자 (MISSING, 2016)
넷플릭스의 한국영화 추천작으로 제가 꼽은 미스터리 스릴러 ‘미싱: 사라진 여자’는 두 여성 배우가 보여준 에너지가 특히 돋보인 것 같은데요. 이혼 후 홀로 아이를 키우면서 워킹맘 인생을 살던 지선은 보모를 한 명 구하게 됩니다. 그게 바로 또 다른 주인공인 한 장이었는데요. 친절하고 상냥한 그녀에게 마음을 열지만 어느 날 딸 다은이와 함께 두 사람이 사라진 것을 깨닫고 당황하게 됩니다. 뒤늦게 경찰에 납치 사실을 알리지만 오히려 아무도 그 말을 믿어주지 않아요. 결국 제 발로 뛰어서 아이와 한 장을 찾으러 가는데 그 처절한 모성애는 물론 사회적인 메시지도 정말 인상 깊었던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로코 장인이었던 공효진의 변신이 너무 놀랍고 신선했습니다.
⑦ 벌새 (House of Humming bird, 2018)
오늘 마지막 작품은 독립영화계에서 큰 화제를 모은 <벌새>입니다. 저도 정말 좋았고 지금도 생각이 많이 나는 영화예요. 김보라 감독의 첫 장편 데뷔작인데 이렇게 성공을 거두게 돼 앞으로가 더 기대됩니다. 영화적으로 봤을 때도 1994년 질풍노도의 시기를 보낸 한 소녀의 일상에서 시작해 그 시대를 통째로 아우르는 이야기로 끝나는 게 독특하면서도 좋았습니다. 은희 역을 맡은 박지후 씨도 제 역할을 잘 소화했는데, 정말 눈에 띄는 건 연지 선생님을 연기한 김새벽 배우가 아닐까 싶습니다. 아이에게 위로가 되고 힘이 되고 이정표가 되어줄 수 있는 진짜 교사, 진짜 어른 같았던 인물이라 여운이 많이 남은 것 같습니다.
사진 출처 : 네이버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