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빙의문 | 고르기] 이별이라는 단어 밑에

사회초년생 보검이는 중졸로 곧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남들보다 사회에 먼저 뛰어들게 됐다. 차분하고 조용한 성격이 많은 사람들과 함께 있는 공간이 너무 어색하고 불편해 계속 혼자 집에 일찍 가게 된 자신만의 루틴을 이루던 중 새로운 아르바이트생 여주를 만났다. 직장인이었다가 해고돼 왔다는 사실을 검증하고 둘이서만 일하다 슬쩍 털어놨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제대로 들어 본 적이 없었던 그는 왠지 모르게 그녀의 사소한 이야기가 재미있어졌고, 어느새 귀를 기울여 듣는 자기 자신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서로가 서로를 알게 됐고 결국 연인으로 발전했다. 대학 다니는 일상이 행복해지고 여주의 조언 덕분에 학교 행사에도 참여하면서 학교 다음 집이었을 반복이 아르바이트했고, 학교 수업 후 동기들과 함께 과제를 하거나 카페에 갈 계획이 점점 늘어난 보검은 그 어느 때보다 그녀가 고맙고 사랑스러웠다.

우리 이제 그만하자.”

매 설렘이 가득 찰 줄 알았던 이들에게 닥친 시련은 연애 시작 석 달도 안 돼 찾아오기 직전 찾아왔다. 아프다는 이유로 며칠째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은 여주에 전화로는 괜찮다는 안부를 나눴지만 걱정돼 급기야 연락을 수십 차례 보낸 보검에게 돌아온 대답은 의외였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이별이라는 큰 장벽이 들어왔다. 일주일 만에 만날 그녀를 생각하니 반가운 마음에 카페에 와서 즐겨 마시던 커피도 주문해뒀지만 분위기에 휩쓸려 식어버렸다. 빈정거릴 정도로 알 수 없는 이별 고백을 받았다. 이후 사라진 여주는 더 이상 만날 기류가 보이지 않게 되고, 하루 중 가장 행복한 시간을 기다려온 보검은 늘 자기 전 미쳐 지울 수 없었던 부재만으로 남겨진 여주의 번호를 들여다본다. 용기를 내서 연락조차 하고 싶어진 상태가 됐다, 다시 돌아가버린 과거에 묻혀버린 것처럼.

순바보하고 그렇게 가버리면 어쩌자는 거야.

전교 회장 도현이는 바른 생활의 우등생으로 유명한 학생이다. 다른 아이들의 눈에는 그저 빛으로 비추는 존재일 학교 내 그를 모르는 친구나 선생님이 없을 정도다. 공부도 게을리하지 않는 모범을 보이자 오히려 관심이 쏠렸기 때문이었다. 어디서나 사랑받을 수 있다고 부러워하던 그의 모습에서 발견하지 못한 것이 있다면 시선이 과연 달라졌을까. 학교 수업을 마치고 하교하는 아이들 사이에 끼어 놀지 않는 도현이를 학원까지 다니는 회장답다고 생각할 무렵 가방에서 약상자를 꺼내 몰래 먹고 있는 그였다. 특히 사람들과 함께 있으면 손발이 떨리거나 심해지면 식은땀을 흘리는 증상을 숨겨왔다. 멀리서 자신을 부러워하며 나름대로 뒷담화를 하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지금이라도 가서 욕을 해주면 가만히 있을까 하는 고민에 휩싸인 순간이었다.

아픈 사람한테 저게 정말!

쭈쭈바 아이스크림을 들고 욕설이 튀어나올 뻔한 여주인공이 서 있었다. 약을 숨기기엔 이미 늦은 시간이었고. 여주도 그를 모를 리 없는 사람 중 하나였기에 혹시 도현의 증상을 목격했기에 무서운 도현은 좌불안했다. 멀게 보이던 아이들을 보자 이내 도현에게 시선을 돌린 여주는 어깨를 가볍게 하고 자리를 떴다. 이후 도현이 자주 여주를 일부러 찾아오기 위한 핑계를 대면서 새로운 소문이 돌았다. 처음에는 왜 그가 자꾸 눈앞에 나타나는지 이해할 수 없었고, 피하기에 급급했던 그녀도 언제부터인가 함께 물들고 아파하던 도현이 또 그럴까 내심 걱정하게 됐다. 여주가 학원에 다닌다는 이야기를 털어놓은 뒤, 도현이 가끔 끝나는 시간에 맞춰 데리러 가기로 한 둘만의 약속이 막 생긴 어느 날. 버스정류장에 앉아 그녀가 있는 학원 앞으로 가기 위한 버스를 기다리던 도현의 귀에 꽂힌 행인의 속삭임에 밝은 표정이 굳어졌고, 부르르 떨리는 손을 차분히 휴대폰을 만지기 몇 분도 안 돼 통증의 고통보다 더 큰 고통이 그에게 엄습했다.

[□□건물 앞 교통사고 발생.여고생 1명 구급차로 이송했지만 결국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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